칼럼
2025 . 6월호. 시니어의 삶을 예술로 꽃피우는 포용적 문화예술
http://www.korea-in.kr/news/articleView.html?idxno=3145
시니어의 삶을 예술로 꽃피우는 포용적 문화예술 - 공존과 연결을 예술로 사유하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박현희 교수
※ 본 칼럼에서는 ‘노인’이라는 단어 대신, 보다 존중의 의미를 담은 ‘시니어(고령자)’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노인’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본문에서는 이 법적 정의를 바탕으로 하되, 단순한 연령 구분을 넘어 문화적·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고령층 전반을 포괄하는 의미로 ‘시니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고령화 사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급격한 고령화는 이제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고령화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이 시니어가 될 전망이다. 시니어의 삶은 더 이상 복지 혜택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주도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포용적 예술,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장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포용적 예술이란 장애, 연령, 사회적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예술 창작과 향유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는 예술의 공공성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사회적 포용을 실현하는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된다.
시니어 문화예술의 다양한 실천 사례
최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활동은 단순한 여가활동이나 복지 차원을 넘어 시니어의 자아통합, 창의적 노화, 사회적 소통을 증진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연계형 프로그램, 통합예술, 안드라고지적 접근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며, 국내외에서 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증 치매 시니어를 대상으로 미술관과 치매안심센터가 협력하여 진행한 융합예술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이고 사회적 소통 능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다. 생활무용이나 음악 활동 역시 시니어의 신체 건강은 물론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아트에비뉴 기획전- 공존과 연결을 예술로 사유하다' 기획전시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예술적 실천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매개로 감성적 공감과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며, 포용적 예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을 위한 전략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과 지역사회 중심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시니어 맞춤형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실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접근 방식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더 많은 시니어들이 문화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전시, 모바일 워크숍 등 새로운 시도들은 시니어들에게 창의적 참여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창의적 문화공동체
시니어는 이제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문화예술의 창조자로 재탄생하고 있다. 포용적 예술을 바탕으로 한 시니어 문화예술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전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창의적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모든 연령층이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 소통하는 포용적 문화예술 공동체다. 이제 시니어의 삶이 창의적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포용적 예술 실천의 확산과 정착을 기대해본다.
프로필
박현희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 박사개인전 30여회, 그룹및 기획전500회국제문화예술융합학회 회장2024년 스포츠조선 자랑스러운 혁신한국인 대상 혁신교육, 문화예술 부문현)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교수
홈페이지: http://hyunheepark.co.kr
인스타그램 아이디: @nc4791
2024 8월호 월간 한국인 전문가 칼럼
http://www.korea-in.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
예술인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인직업
예술의 사회적 가치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은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사상과 감정의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이나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영향을 주고받는 것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예술인은 작품을 매개로 자신의 경험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일반의 경험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대중은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예술을 통해 다시 보게 되면서, 더 깊은 이해와 감정을 갖게된다.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예술 발전을 탐구해 온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는 예술작품이 예술가 개인의 정신세계에서 생성되는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예술가의 삶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예술이 단순한 예술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사회적 존재의 일부로서 상호작용하며 발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고 설명하였다.
예술인을 바라보는 시각
예술인에 대한 인식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인을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인물로 생각한다. 그들은 예술인의 작품과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으며,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을 한다. 반면 일부는 예술인의 삶을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직업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예술인들이 무대 위에서나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화려하고 멋지지만, 그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고뇌, 그리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삶으로서의 과정이 있다. 결국, 예술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예술인들이 보여주는 작품과 그 이면에 숨겨진 노력,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성된다고 할 것이다.
법령 상 예술인 지위
그렇다면 현행 직업 관련 제도에서는 예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예술인 복지법」 제1장 제2조는 예술인을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은 이러한 예술인을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며,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촉진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처럼 현행 우리나라의 제도 역시 예술인을 창작활동을 본질로 하면서도 이를 업으로서 영위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술인 직업 분류 체계의 현황
그러나 예술인에 대한 직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직업 분류 체계는 앞서 살펴본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인 복지법」의 기본 취지를 실현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나라의 예술인 직업의 재분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화가’보다는 ‘작가’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고용 직업 분류표」에서는 ‘화가’와 ‘작가’를 엄연히 다르게 분류한다. 특히 화가를 창작 및 공연 관련 전문가라는 넓은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어, 분류 체계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또한 미술과 음악, 과학 등을 융합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사운드 아티스트,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등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직군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인들의 실제 직업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과의 심층 인터뷰 및 설문 조사 등을 통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실제 예술인들의 직업 사례를 분석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직업 분류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한국 예술인들의 다양성과 특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미래 예술 분야의 발전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월간 한국인 2025. 4월 칼럼. 컨템포러리 시대, 장애예술이 열어가는 새로운 예술의 지평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박현희 교수 예술의 새로운 창작 방식 컨템포러리 시대의 예술은 고정된 형식이나 전통적 틀을 넘어 다양한 이야기와 상호작용,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창작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장애예술은 단순히 ‘치료’나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장애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창작의 주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장애예술이 가져온 철학적, 미학적 혁신과 더불어 현대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름’의 가치로 승화된 장애예술 먼저, 과거에는 장애가 결핍이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장애예술은 ‘다름’을 하나의 독자적 가치로 승화시킵니다. 즉, 장애예술인들은 자신의 경험을 단순히 고통이나 극복의 이야기로만 표현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미학과 철학을 만들어냅니다.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미학 이론에 따르면, 예술은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관점은 장애예술인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자신들이 예술의 주체임을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과 내면을 작품에 담아내어,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 도전하고 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과 공감을 선사합니다. 법률과 제도가 뒷받침하는 창작 환경 이러한 창작 활동의 배경에는 국내외의 여러 법률과 제도적 기반이 있습니다. UN 장애인권리협약과 세계인권선언,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이 문화와 예술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문화 및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며, 장애인 복지법, 예술인 복지법, 그리고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법률은 장애예술인들이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환경 개선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컨템포러리 아트와 장애예술의 융합 컨템포러리 아트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형식적 위계나 거대 담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표현과 장르가 융합되는 시대입니다. 테리 스미스(Terry Smith)와 피터 오스본(Peter Osborne) 같은 이론가들은 현대 미술이 ‘즉각적’이고 ‘현재’를 반영하는 산물임을 강조하며, 장애예술 역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미술 규범을 넘어 장애예술인들은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예술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그 내재된 심미성을 창의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장애예술의 발전 가능성 앞으로 장애예술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 활동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가치 재정립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장애예술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감에 따라, 새로운 창작 방법과 표현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디지털 기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최신 기술과 결합된 작품들은 관람자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체험을 선사하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 장애예술이 국제 전시나 예술제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예술 담론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날도 머지않아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애예술이 열어가는 새로운 미학의 미래 결국, 컨템포러리 시대의 장애예술은 단순한 ‘극복’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머무르지 않고, 장애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정체성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 혁신적 예술 활동임이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예술이 전달하는 ‘다름’의 가치를 주목해야 하며, 그것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는 원동력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앞으로 장애예술은 지속적인 창작과 이론적 성찰을 통해 현대 예술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현희교수 칼럼 #박현희교수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